“우리나라 석면 제로화가 이뤄지는 그날까지 전국 현장 찾아갈 것”

전국에 남아있는 석면 슬레이트 건축물은 2021년 기준 95만여동에 달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석면 해체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처리키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비영리민간단체인 전국석면감리연합(대표 황호순)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석면감리기술교육을 실시하고 현장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석면해체현장서 철저한 감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리원의 활동을 지원해온 것. 황호순 전국석면감리연합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가 석면 제로화를 달성키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그리고 향후 활동계획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석면작업자는 누가 보든 안보든 적법 작업하고
해체업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하도급 안돼


조사자는 석면 의심되는 자재 꼼꼼히 조사하고
비산농도 측정자는 정직한 분석 결과 제공하며
석면감리원은 매 작업시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모든 국민 석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동안 석면 관련 위원 활동이나 재단, 협회 활동을 꾸준히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민간단체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석면 및 유해물질 관리정책을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17년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경력을 살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으나 석면관련 재단에서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으며 감리관련 사단법인에서도 사무업무를 총괄했다. 

그러나 예전부터 학교, 지하철, 공공기관, 재개발·재건축현장에서 석면공사 불법작업으로 인해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석면해체작업감리원들간에 정보교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다음카페를 개설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전국석면감리연합 설립의 기초가 됐다. 이후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석면감리인 등록제가 시행되는 시점에서 여러 현장의 석면감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2019년 10월 비영리민간단체 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2022년 6월 환경부에 ‘전국석면감리연합’을 정식으로 등록케 됐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석면감리활동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석면감리연합에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에는 광명시 주관 광명뉴타운 재개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석면시민감시단 교육을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과천시 주관 과천 주공4단지 재건축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시민감시단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지자체 주도로 두차례 큰 현장의 주민대상 석면시민감시단 교육을 실시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석면감시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 사업을 행정안전부에 제안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석면시민(주민)감시단 무료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재개발·재건축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의 유해성, 관련법령, 석면해체·제거 작업방법, 석면감시요령 등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강연과 교육봉사뿐 아니라 직접 현장 컨설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의 석면감리기술이나 안전관리가 나아지고 있는지,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현재 지붕개량화를 위한 석면슬레이트 해체작업 및 학교의 석면텍스 해체작업에서 안전관리나 석면감리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 그러나 석면뿜칠(분무)제의 헤라를 이용한 해체작업, 오래된 도시가스 파이프의 가스켓 제거작업, 창호의 석면실링(실리콘)제 제거작업, 사업장의 보온제·내화피복제 제거작업 등은 아직도 작업방법 및 감리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러 작업별 표준을 정하고 품셈을 만드는 일은 전문가의 역할이지만 예산이 소요되는 일이므로 정부나 관련 공기관이 용역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 홍보해 나가야 한다.

▲석면안전을 위해 정부에 요구하는 개선사항이나 제안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1970년대초 대한민국 농촌의 현대화를 위해 시작된 새마을운동으로 아직까지 석면슬레이트가 시골마을에 많이 분포돼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매년 지붕개량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예산·홍보부족으로 인해 실적이 지지부진하고 학교시설 석면해체·제거 작업은 방학 중에 마무리하려다 보니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군부대는 보안을 이유로 부대 안에서 석면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가 없고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석면작업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하도급금지 작업이지만 행정의 소홀함을 틈타 암암리에 하도급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학교, 지하철, 공공기관, 재개발·재건축 등의 석면해체작업시 불시 점검을 늘려 나가야 한다. 정부 주도의 특별감독도 중요하지만 석면해체작업 적정 관리를 위한 조사·연구, 석면작업별 매뉴얼 개발, 표준시방서 마련, 건축물 석면제로를 위한 대국민 홍보 및 봉사활동 등 민간차원의 지원프로그램 구축·운영도 적극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인터넷 카페 운영부터 약 11년간 연합을 이끌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석면감리연합은 학부모, 교사, 교육청 담당자, 석면공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연 및 교육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42회 강의를 통해 7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석면해체작업의 중요성과 석면감리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석면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한단계 성숙된 지식이 생겼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학교 설명회 때 교장선생님과 커피 한잔하면서 “예전에 슬레이트에 삼겹살 많이 구워 먹었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으셨고 “석면이 소화기로 들어갈 때는 걱정 안하셔도 되지만 공기 중에서 미세한 석면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갈 때 폐를 걱정할 문제”라고 하니 웃으며 안심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국석면감리연합 다음카페는 2012년부터 정부에서 석면감리원 교육을 1기로 이수한 감리원들이 초기 회원이 돼 만들어진 카페다. 현재는 820여명의 감리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온라인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회원들 상호간에 인적 교류뿐 아니라 각종 소모임도 가져볼 생각이다.

▲석면안전과 석면감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다. 특별히 석면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노동부 근무시절 1990년대말쯤인 걸로 기억된다. 석면금지 법령을 위한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석면원료를 이용해 석면사(絲)를 만드는 천안의 어느 소규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장 천장엔 석면섬유 먼지가 고드름처럼 늘어져 있었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샤워장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우리나라가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날 출장이 석면안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출장 이후 바로 석면 방직업체 사장들을 설득해 직장 폐업을 유도했고 2003년부터 청석면, 갈석면의 제조·수입·사용을 즉시 금지했으며 석면제품 제조회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전면적으로 석면금지 법령을 시행한 것은 지금도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우리나라 석면제로 달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석면감리원을 비롯한 현장 작업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린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986년 석면을 폐암, 중피종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이후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석면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과거 석면을 사용한 건축물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했으나 1990년까지 총 14만5000톤의 석면이 채광됐고 2008년까지 총 130만톤을 수입해 그동안 건축물의 단열재, 보온재, 내화피복재, 가스켓 및 브레이크라이닝·패드 등 3000여종 이상의 각종 제품에 첨가돼 널리 보급됐다. 
과거 석면을 많이 사용했던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유지·보수를 통해 석면건축물을 관리하다 건축물을 완전 철거할 때 비로소 우리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현재 석면함유 자재를 빠른 시일 내 없애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도 학교, 군부대, 공공기관, 지하철,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석면작업자들은 누가 보든 안보든 적법하게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석면해체업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석면작업을 불법으로 하도급을 줘서는 안된다.

사전에 석면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조사자는 석면이 의심되는 자재들을 꼼꼼히 조사해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석면장판문제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석면 비산농도 측정자는 정직한 분석 결과를 관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석면감리원은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매 작업순간마다 철저히 관리·감독해야만 모든 국민이 석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석면질환은 10~40년의 긴 잠복기가 있어 석면에 노출되더라도 당장 피해가 발생하기보다 수십년 후에야 확인되므로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학교 교실 석면텍스 해체작업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기에 보다 완벽히 마무리해야 하며 학교 석면모니터단의 잔재물조사활동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석면안전과 감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인 우리 전국석면감리연합도 우리나라 석면제로화가 달성되는 그날까지 전국 현장을 찾아갈 계획이다.